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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들 | Posted by Ruud 2009/09/21 08:36

절대무적...


 나는 어째서 무협소설을 보는 것일까? 단순히 재미가 있어서? 비현실적인 그들의 외면적, 혹은 내면적 강함에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내가 처음 무협소설을 접한 것은 대략 13년전인 중학교 1학년 때, 방학 봉사활동에서였다. 당시 동사무소에서는 여기저기서 기부된 헌책들을 관리, 대여해주는 일이 있었는데 나는 그 때 우연찮게 김용의 영웅문 1부인 사조영웅전(당시 이런 제목은 없었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책은 많이 보는 편이었지만 소설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겉표지만 봐도 답답해지는(고려원 출판의 표지는 마치 대하역사소설같은 느낌이었다.) 누렇게 뜬 헌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더구나 권수가 중간중간 이가 빠졌던 그 영웅문 1부에 나는 정말이지 미친듯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정말 아무 이유없이 재미있었다. 이 후 김용이란 작가가 쓴 비슷한 글이 여러편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목도 모르는 채로 여기저기 서점이나 책방을 많이도 돌아다닌 것 같다. 덕분에 중학교 3년간 국내 출판된(양성적이든 음성적이든) 김용의 소설은 거의 대부분 읽었다.
 그 중에서도 영웅문 2부인 '신조협려'가 내게 준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덕분에 내가 처음 돈주고 산 무협소설이 되기도 하였다. 신조협려는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의 무협소설에 대한 어떤 기준을 마련해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가 무협소설을 읽음에 있어서 왜 그렇게 애정(愛情)이란 테마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협(俠)에 매료되었는지, 그리고 무협뿐 아니라 영화 등등 수 많은 매체에서 해피엔딩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었는지는 신조협려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중학교 1학년 때 읽었고, 내가 3번 째로 보게된 무협소설이 되기도 하였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나무의 한뿌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세상에 대한 미움을 간직하게 된 소년 양과와 세상물정 모르는 소용녀의 만남... 이 둘의 사랑과 현실의 벽...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그들이 세상의 편견에 힘들어 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 어려서의 경험과 소용녀와의 사랑을 키우면서 부딪힌 현실은 주인공 양과에게 세상에 대한 원망을 안겨주지만 또한 그 과정은 그가 성정하고 미움이라는 미망에서 벗어나 협을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도 나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소용녀가 절정곡 단장애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안타까워 했으며, 그후 신조협으로 성장한 양과의 모습에 뿌듯해 했고, 다시 만난 양과와 소용녀의 모습에 눈물 흘렸는지를...
 이후 몇 년의 공백기를 거치긴 했지만 나는 수 백 편의 무협소설을 섭렵하였지만 이전에도 이후로도 신조협려만한 글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도 모르겠다. 이미 내 무협에 대한 기준은 그 때 이후 신조협려가 되어버렸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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